나도 어디선가 싸우는 이주여성이다
옥천에 사는 작가는 결혼이민자로서 경험하는 다양한 어려움과 싸운다. 이 책은 그러한 경험들을 담고 있다. 결혼이민자에 대한 차별, 가정폭력, 한국사회의 시선까지, 작가의 삶을 통해 독자에게 차별하는 한국, 배제하는 한국의 모습을 알린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더 나은 길을 선택하려 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해서 다 나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길에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펼쳐지는 것은 “나의 선택” 때문이 아니다. 길을 걷는 사람, 길을 걷는 시간, 길을 막는 세상에 따라 언제든 좋은 쪽으로, 나쁜 쪽으로 변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길을 선택한 이들을 찌르는 말을 하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는 것은 모두를 위한 존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의 사이, 서로 존중하는 안전하고 평등한 거리가 한국 사회에는 없는 것 같다.
이주여성의 인권은 어디 쯤에 있을까?
함께 ‘사람‘으로 존재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으로 존재하는가?
질문들이 던져진다.
베트남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바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 집이 무엇이길래 왜 집으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고 할까 늘 궁금했었다. 이제는 조금 그 말이 이해된다. 5년 전 나도 한국으로 ‘결혼이주’를 했다. 5년째 타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세상에 내 가족과 내 집만큼 편한 곳은 없다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나와 같이 가족을 만나 이주를 하는 결혼이민자에게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기댈 곳이 한국의 가족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배우자이고, 배우자의 가족이다. 특히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어렵고 한국에 대해서도 잘 몰라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초기 입국자에게 가족은 ‘놓칠 수 없는 손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집’과 ‘가족’은 어떤 결혼이주민에게는 ‘고장난 손잡이’이기도 하다. ‘집’, ‘가족’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은 결혼이주민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족 내에서의 언어가 단절되고 소외가 지속되면 이주민이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부분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단절되고 소외를 경험한다. 가족과,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를 잃는 것은 이주민의 앞에 ‘보이지 않지만 단단한 벽’이 세워지는 일이다.
이여인터의 활동가들은 이주민들이 이 벽을 허물거나 넘어설 수 있도록 함께하며, 나 또한 벽으로 인해 일상이 통제되지 않도록 이여인터와 함께 언어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여인터가 이주여성 곁에서 함께하는 따뜻한 경험으로 나 역시 채워지고 있다. 이주여성 활동가로서 나도 이여인터의 모습처럼 이주여성의 곁에서 때론 함께 걷고 때론 힘을 기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이주여성에게 ‘따뜻한 경험’이 되어 채워지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나이고, 성장하는 과정을 즐기며 나역시 채워가고 싶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고 평등한 존재로서 기본적인 인권을 가진다."
이주여성도 인권이 있는 존재이다.
나도 어딘가에서 싸우는 이주여성이다.
- 활동가 쩐티쭉찌 |